묵상과 칼럼

"가슴에 난 상처에 이걸 붙이세요. 그러면 금방 나을 거예요."

가족사랑 2021. 7. 4. 21:15

"엄마, 지금 뭐해요?"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던, 이제 여섯 살밖에 안된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갖다 주려고 볶음밥을 만드는 중이란다."
"왜요?"
"왜냐하면 그 분이 매우 슬프기 때문이란다. 얼마 전에 딸을 하늘나라에 보내 가슴에 상처를 입었거든.

그래서 우리가 한동안 돌봐드려야 해."
"왜 우리가 돌봐드려야 하죠?"
"수지야! 사람들은 아주 슬플 때는 음식을 만든다거나, 집안 청소 같은 작은 일들을 하기가 어려워진단다.

우리 모두는 함께 살아가고 있고, 또 불쌍하게도 그분은 다시는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신나는 일들을 할 수가 없단다.

그러니 너도 그 분에게 도움이 되어줄 좋은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겠니?"

 

여섯 살 배기 아이는 어떻게 하면 아주머니를 돕는 일에 자신도 참여할 수 있을까 갸우뚱거리며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몇 분 뒤 아이는 이웃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참 지나서 아주머니는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아주머니는 얼굴이 창백하고 머리도 못 빗었는지 헝클어져 있었습니다.
"안녕, 이쁜 수지가 왔구나."
아이는 아주머니가 다른 때와 같이 귀에 익은 음악 같은 목소리로 인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목소리가 처지고 늘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울고 있었던 듯했습니다.

눈이 부어 있고 물기에 젖어 촉촉했습니다.
"무슨 일이니, 수지야?"
"엄마가 그러시는데 아줌마가 딸을 잃어서 가슴에 상처가 났고, 그래서 아주 슬프시데요."
수지는 부끄러워하면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꽃송이처럼 작은 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손에는 일회용 반창고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가슴에 난 상처에 이걸 붙이세요. 그러면 금방 나을 거예요."
아주머니는 갑자기 목이 메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울지 마세요."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를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고맙다. 수지야. 이 반창고가 내 상처를 금방 낫게 해줄 거야."
아주머니는 상점에 가서 둥근 유리 안에 작은 사진을 넣을 수 있도록 된 열쇠고리를 하나 사왔습니다.
그리고 그 유리 안에 수지가 준 일회용 밴드를 넣었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자신의 상처가 조금씩 치료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상처를 받습니다.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처의 종류가 다를 뿐, 사람은 다 상처를 가지고 삽니다.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나 다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상처가 우리의 삶을 어렵게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의 삶을 복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상처는 위기입니다.

위기(危機, Crisis)란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결합된 단어입니다.

강영우 박사는 14살 때 축구하다가 공에 맞아 실명했습니다.

사고 후 그는 불빛조차 볼 수 없는 맹인이 되었습니다. 일생일대의 위기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위기(Danger)를 기회(Chance)로 바꾸었습니다.
 

상처는 우리를 성숙시키는 스승입니다.

나무에 나이태가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살아온 만큼의 세월의 상처가 있습니다.

상처가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시냇물은 돌이 있어야 소리를 냅니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품습니다.

강물은 평지를 지날 때 넓어지고, 장애물을 만나면 깊어집니다.

웃음은 인생을 여유롭게 하고, 눈물은 인생을 깊게 합니다.

형통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고난은 인생을 깊게 합니다.

고난은 고난대로, 눈물은 눈물대로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스승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처 때문에 하나님께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그래서 상처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의 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상처로 인해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은 사람은 상처가 치유된 이후에 아름답게 쓰임 받습니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김활란 박사는 첩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매우 가난했습니다.

인천의 내리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후, 그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상처가 치유되었습니다.
그 후에 미국에 유학을 가서 공부하던 중에 감리교 목회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녀는 또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하나님의 은혜로 상처를 치유 받았습니다.

복음 전도자가 되어 한국의 여인들을 일깨우는 일에 자신의 생애를 바쳤습니다.

상처(scar)가 영광의 별(Star)이 되었습니다. 

 

사도행전의 영웅, 바울을 보십시오!

바울만큼 상처가 많은 사람이 또 있을까요? 
그는 회심 이후 동족으로부터 심하게 배척당했습니다.

그는 한평생 홀로 외롭게 살았습니다.

그에게는 찌르는 가시가 있었습니다.

그는 그것이 없어지도록 하나님께 세 번이나 간구했습니다.

그 가시는 바울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바울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셨습니다.

바울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바울은 이렇게 외칩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병약함과 모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란을 겪는 것을 기뻐합니다. 내가 약할 그 때에, 오히려 내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 고린도후서 12장10절(새번역) -

바울은 자신에게 있는 '상처와 아픔과 고통때문에 자신은 더욱 강해졌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가지고 사셨습니다.

예수님을 가리켜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낮고 낮은 짐슴들의 밥그릇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했던 제자로부터 배신당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치욕적인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3일만에 가장 드라마틱하게 무덤에서 부활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진정한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불려집니다.

그분은 우리의 상처를 이해하십니다.

우리의 상처를 만져주십니다.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주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 마태복음 11장28절 -

 

「할렐루야, 우리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이 선함이여 찬송하는 일이 아름답고 마땅하도다  
여호와께서 예루살렘을 세우시며 이스라엘의 흩어진 자들을 모으시며  
상심한 자들을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도다」  

-시편 147편 1〜3절 -

 

- 하늘가는 길, 강릉남대천에서. 산돌의집 장득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