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과 칼럼

“제 낭군에게 매를 대면 저는 죽습니다.”

가족사랑 2023. 8. 5. 11:12

 송 진사의 무남독녀 청매가

이팔청춘 열여섯이 되자 꽃봉오리처럼 화사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사슴처럼 서글서글한 눈,

오뚝 선 콧날,

앵두 입술,

흑단 머리,

백옥 피부에 가슴은 봉긋이 솟아오르고,

복숭아 엉덩이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송 진사네 문지방이 닳도록 매파들이 들락날락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청매의 인물뿐 아니라

송 진사네도 천석꾼은 아니어도 오륙백석은 족히 하는 부자인데다

육대조가 승지를 지낸 뼈대 있는 집안이다.

내로라하는 신랑감들이 수단 좋은 매파들을 송 진사 집으로 보냈다.

매파들을 접견하는 사람은 청매의 할머니다.

 

 어느 날, 이 초시네 맏아들 고모가 찾아왔다.

모두가 청매 할머니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데

그 고모는 위엄있게 오더니 당돌하게도 신붓감을 보여달라고 큰소리쳤다.

스물한살인 이 초시 맏아들은 열일곱에 알성급제를 해서 지금 이 고을 사또를 하고 있었다.

청매가 아무리 일등 신붓감이라 해도 기가 죽을 수밖에 없어 청매를 불러들였다.

그러자 고모는 청매를 앞뒤로 훑어본 뒤 치마를 걷어올리고

버선을 벗기더니 발목을 잡아보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저잣거리 황 참봉네가 보낸 매파도 찾아왔다.

“셋째아들 몫으로 나갈 세간이 천석꾼 부자보다 더 값나간다고 합니다요.”

알아주는 부자인 황 참봉의 셋째아들이 신랑감이다.

황 참봉네는 새우젓 도매상에다 유기공방, 주단포목점, 곡물도매상을 직접 운영했다.

뿐만 아니라 돈놀이도 하고, 수많은 점방을 소유해 세를 놓았다.

 

 수많은 매파가 찾아왔지만 그중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만한 혼처는 권 참판의 맏아들이다.

참판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했지만 만석꾼 큰 부자에 맏아들은 초시에 합격하고 내년 봄에 과거를 볼 참이다.

 

 고모가 다녀간 이 초시네는 아예 제집 며느리로 정한 듯 사주단자 받을 날짜를 보내왔고,

황 참봉네는 겨울이 오기 전에 혼례를 올리자고 성화였다.

권 참판네는 가을에 약혼식을 하고 내년 봄에 혼례를 치르자고 알려왔다.

 

 이렇게 혼처는 세군데로 압축됐다.

청매 아버지와 할머니는 머리를 맞대고 신랑감 선정작업에 들어갔지만 좀체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한쪽을 잡으려니 다른 한쪽이 아까워 허구한 날 저울질만 이어진다.

청매는 별당에서 이불을 덮어쓰고 날마다 눈물바람이다.

신랑감 셋,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탓이다.

 

 유모가 잣죽을 쒀 별당으로 들어오자 청매는 유모를 붙잡고 울었다.

일찍 세상을 등진 어미를 대신해 딸처럼 청매를 키운 유모다.

청매의 하소연을 듣고 유모도 함께 울었다.

 

 어느 날 새벽,

송 진사네 집이 발칵 뒤집혔다.

새벽에 소피를 보러 일어난 송 진사가

우연히 외동딸 청매가 혼자 기거하는 별당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남녀가 합환(合歡)하는 소리!

송 진사가 낫을 치켜들고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청매와 웬 젊은이가 벌거벗은 채 이불을 끌어안았다.

곧바로 횃불을 들고 하인들이 들이닥쳐 젊은이를 대청 기둥에 묶자

송 진사가 지게 받침대를 들고 나타났다.

그때 청매가 나와 대청마루에 올라섰다.

죽은 어미한테서 물려받은 은장도를 빼서 자신의 목에 대고 의연하게 말했다.

 

 “제 낭군에게 매를 대면 저는 죽습니다.”

 송 진사가 놀라서

“어어- ” 하는데 청매가 다시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아버지! 어머니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아시지요?

어머니가 저를 배어 만삭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첫째 첩을 얻었고 삼년 후에 두번째 첩을 얻고….

이 초시네 맏아들,  젊은 사또에게 지금 수청 기생이 몇인 줄 아세요!

황 참봉네 셋째아들도 허구한 날 기생집에 눌러 사는 개차반입니다.

부자에 권세까지 떨치는 권 참판의 맏아들,

그 집 앳된 하녀가 그의 아이를 배고 쫓겨나 뱃나루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제 낭군은 비록 권세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지만

착하고 성실하며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입니다.”

 

 청매의 거침없는 연설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어젯밤에 제가 낭군을 불러들여 첫날밤을 치렀습니다.”

 기둥에 묶인 이웃마을 박 총각의 포박이 풀렸다.

며칠 후, 둘은 부랴부랴 혼례를 올렸다.

 

언젠가 서울 송파구 A아파트 로비에 ‘주민과 함께하는 매칭 프로젝트’ 공지가 붙었습니다.

아파트 부녀회 주최, 동 대표회의 후원 행사로 ‘아파트 주민 중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만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부녀회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아 저출산 등 문제로 국가 미래가 염려돼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녀 혼처를 자신이 사는 고급아파트 단지에서 구하는 신(新)풍속이 서울 강남지역에 뜨고 있습니다. 

가족보다 정겹다는 이웃사촌이라서가 아닙니다.

일종의 계급 상징으로 변질된 동네와 아파트가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를 보증한다 여겨서입니다.

비싼 아파트일수록 끼리끼리 혼사에 적극적입니다.

같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부모들은 비슷한 조건의 검증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 심리를 갖습니다.

‘아파트 첫 입주부터 살았으며, 이웃사촌 주민 중에서 금지옥엽 자란 딸과 인연을 맺을 배우자를 공개 구혼합니다.'

서초구 한 고급아파트 단지에 딸의 나이와 학력, 직업 등을 살뜰히 밝히며 사윗감을 찾는 벽보가 붙은 적도 있습니다.

요즘 결혼하기에 많이 힘든 세상입니다.

세상을 보면 결혼을 하는 것이 정말 힘듭니다.

2030 젊은 세대는 아이는커녕 결혼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9년 23만9159건이던 혼인 건수는 2020년 21만3502건으로 약 10% 감소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팬데믹 때문에 일시적으로 결혼 건수가 줄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판이었습니다.

팬데믹이 해소된 2022년, 혼인 건수는 19만1697건까지 줄었습니다.

2017년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지칭했습니다.

이 말에는 청년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애 과정을 포기할 만큼 한국 사회가 병리적인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결혼이 하나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입니다.

젊은 세대의 혼인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급감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부터 혼자인 것이 좋다는 개인주의까지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각자의 삶을 떠나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행복한 결혼의 비결은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자기 부인에 있습니다.

결혼은 내 꿈과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짝 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눌 수 없다'는 믿음으로 끝까지 서로를 사랑해야 결혼할 수 있습니다.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성경은 결혼을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만드시고 복을 주시고 둘을 함께 살게 하신 후 세상에 번성하고 세상을 다스리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 창세기 1장 27~28절 -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부르리라'

하니라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 창세기 2장 23~24절 - 

 

여자를 갈비뼈로 만들었다는 것은 머리뼈로 만들어서 떠받들고 우러러 모시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발목뼈나 손목뼈로 만들어 남성의 명예와 지위의 수단가지로 여겨야 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옆구리의 갈비뼈로 만들었다는 것은 서로 돕고 아끼는 인격 대 인격의 만남, 즉 동반자요 반려자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결혼으로부터 사람들과 세상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결혼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축복입니다.

자녀 출산 또한 하나님께서 주시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답게 믿음으로 살아가면 가정은 반드시 행복해지고 자녀들은 아름답게 성장합니다.

그러므로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을 통해 아름다운 예수 생명의 공동체인 가정을 이루어야하는 필수사항입니다. 평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