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1732-1789)'이 군대에서 제대하고 민간인의 신분으로 있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조지 워싱턴은 홍수가 범람하자, 물이 넘친 정도를 알아보려고 냇가로 나갔습니다.
마침 그때에 육군 중령의 계급장을 단 군인 한 사람이 초로(初老)의 워싱턴에게 다가왔습니다.
"노인장! 미안합니다만, 제가 군화를 벗기가 어려워서 그런데요.
제가 이 냇물을 건널 수 있도록, 저를 업어 건네 주실 수 있을까요?"
" 예, 그렇게 하지요."
이리하여 중령은 워싱턴의 등에 업혀 그 시냇물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노인장께서도 군대에 다녀오셨나요?"
" 네, 다녀왔지요."
"사병이셨습니까?"
"장교였습니다."
"혹시 위관급(尉官級)이셨습니까?"
"조금 더 위였습니다."
"아니, 그럼 소령이었나 보네요."
"조금 더 위였습니다."
"그럼 중령이셨군요."
"조금 더 위였습니다."
"아니, 대령이셨단 말씀이십니까?"
"조금 더 위였습니다."
"아니, 그럼 장군이셨네요."
이렇게 말하며 워싱톤 등에 엎힌 중령은 당황해하며
"노인어른, 저를 여기서 내려 주세요."
"냇물을 건너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소. 마저 건네 드리리다."
"노인께서는 그럼 준장이셨습니까?"
"조금 더 위였습니다."
"혹시 중장이셨나요?"
"조금 더 위였습니다."
"그럼 최고의 계급인 대장이셨단 말씀이세요?"
"조금 더 위였습니다."
이때 막 냇가를 다 건너게 되고,
워싱턴이 중령을 바닥에 내려 놓았습니다.
자신을 업어 준 노인을 바라보던 육군 중령은 그 텁수룩한 노인이
당시 미합중국의 유일한 오성장군(五星將軍)이었던, '조지 워싱턴'임을 알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우리는 막노동을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사람을 깔보거나, 낮춰보는 잘못을 저지릅니다.
차림새가 조금 초라하다거나, 몸에 걸친 의복이 다소 남루하면 한 수 아래로 보곤 합니다.
낯선 사이에 상대방에 대해 길어야 50초 안에 내리는 첫인상에 외모는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 법원에서 조사를 했는데, 외모가 좋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배심원의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합니다.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이 법정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유죄 판결을 받는 확률이 적고 배심원들도 피해자가 아름다울 경우 더 동정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단 사기죄의 경우에는 반대라고 합니다. 그것은 그 외모 때문에 상대가 속을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전통사회의 관리를 뽑는 시험에 인물의 평가 기준으로 삼았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있습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용모, 언변, 글씨, 판단력 등의 인재 등용 기준’을 의미합니다.
신언서판에서 신(身)은 외모를 뜻합니다. 신체에서 풍기는 진정한 의미의 풍모 말합니다.
언(言)은 언변을 뜻합니다. 말을 함에 있어서 이치에 맞고 자신을 올바로 표현할 수 있는 말솜씨를 의미합니다.
서(書)는 글씨입니다. 글씨는 곧 자신의 인격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판(判)은 판단력입니다.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신언서판은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고, 관리를 임명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되었는데, 언변이나 필적이나 판단력보다 우선시하던 것이 단정하고 바른 몸가짐. 즉 외모(外貌)였습니다.
현대사회에서도 외적인 비주얼 부분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포트(G.W Allport)에 의하면 "어떤 사람이 전혀 모르는 상대를 만나 그의 첫인상을 머릿속에 남기는 데는 불과 30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에 "상대의 성별, 나이, 체격 등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 뿐만 아니라 성격, 신뢰감, 성실성 등 내면적인 것들도 어느 정도 파악된다"고 합니다. 이는 곧 첫 이미지, 즉 외모가 '나'를 알리고 말해주는 중요한 매개체임을 말해줍니다.
다양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최초로 받아들인 정보를 그 후에 받아들인 정보보다 훨씬 중요하게 다룬다고 합니다.
사람이든, 장소든, 아이디어든, 그것에 대한 첫 번째 정보가 이후에 받아들이는 정보의 처리방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배운 첫 번째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외적인 이미지는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 때의 첫 번째 정보가 되며, 앞으로 계속될 만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외모로 판단하거나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외모(外貌)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는 일화(逸話)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황희 정승이 누추한 옷을 입고 길을 걷다가 시장기를 느낄 무렵, 잔칫집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술 얻어먹어볼까 하여 그 집에 들어서니 하인들이 대문부터 막았습니다. 정승은 배가 고파 그러니 요기나 하자고 해도 하인들은 막무가내로 정승을 막았습니다. 이후 그 집에서 다시 잔치가 열렸을 때, 정승은 사모관대를 갖춰 입고 찾아갔습니다. 그랬더니 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주인도 버선발로 달려 나와 그를 맞이하고는 산해진미를 차려 내왔습니다. 그러자 정승은 잘 차려진 음식을 먹지 않고 음식을 옷 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이를 보고 주인이 이상하게 여겨 그 이유를 묻자 황희 정승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이전에 허름한 옷으로 찾아왔을 때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오늘은 귀한 대접을 하는구나.
모두 이 옷 덕택이니 음식을 먹을 자격은 이 옷에게 있느니라."
사람을 외모로 보면 안 됩니다.
소크라테스는 얼굴이 못생겼고, 눈도 작은 데다가 키도 작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종교개혁가 칼뱅도 빼빼 마른 몸에, 눈이 나쁘고 신경질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몸과 얼굴이 깡마르고 다리는 유달리 길어서 고릴라라는 별명이 붙어있었습니다.
유명한 이스라엘의 여 수상이었던 골다 메이어는 수기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도 못생겨서 사람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받았다. 심지어 부모도 나를 시원치 않게 여겼다. 그래서 에라, 공부나 해야겠다 하고 열심히 했더니 결국 정치인이 되었다”라고 썼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가장 위대한 인물 사도 바울도 키는 작고, 시력도 좋지 않은 보잘것 없는 외모를 지닌 분이었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외모를 보지 않으시고 중심을 보시는 분이십니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하시더라 " - 사무엘상 16장7절 -
구약성경 이사야서에는 예수님의 외모에 대한 예언이 나옵니다.
「그는 주님 앞에서, 마치 연한 순과 같이, 마른 땅에서 나온 싹과 같이 자라서,
그에게는 고운 모양도 없고, 훌륭한 풍채도 없으니,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모습이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고, 버림을 받고, 고통을 많이 겪었다.
그는 언제나 병을 앓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돌렸고, 그가 멸시를 받으니, 우리도 덩달아 그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실로 우리가 받아야 할 고통을 대신 받고, 우리가 겪어야 할 슬픔을 대신 겪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징벌을 받아서 하나님에게 맞으며, 고난을 받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고, 그가 상처를 받은 것은 우리의 악함 때문이다.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써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매를 맞음으로써 우리의 병이 나았다.
우리는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각기 제 갈 길로 흩어졌으나, 주님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다.
그는 굴욕을 당하고 고문을 당하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마치 털 깎는 사람 앞에서 잠잠한 암양처럼, 끌려가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체포되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그 세대 사람들 가운데서 어느 누가, 그가 사람 사는 땅에서 격리된 것을 보고서,
그것이 바로 형벌을 받아야 할 내 백성의 허물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느냐?
그는 폭력을 휘두르지도 않았고, 거짓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악한 사람과 함께 묻힐 무덤을 주었고, 죽어서 부자와 함께 들어가게 하였다.」
- 이사야 53장 2-9절 -
- 하늘가는 길, 강릉남대천에서. 산돌의집 장득룡 -
- 남대천천막교회 주일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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