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과 칼럼

장작을 너무 굵게 패 놨더니 불이 너무 과했구나!

가족사랑 2021. 5. 15. 09:54

"장작을 너무 굵게 패 놨더니 불이 너무 과했구나!"

 

우리나라 개화기 시절에 신학문을 배운 어느 신식 부부가 있었습니다.

세련된 양장을 입고 집안의 가구도 모두 신식으로 갖춰놓고 사는 보기 드문 인텔리 부부였습니다.

바로 그 옆집에는 몇 대의 가족이 함께 사는 아주 구식 그대로의 대가족이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배운 것도 많고 가진 것도 남부러울 것이 없던 이 젊은 부부가 사는 집에서는 싸우는 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저녁만 되면 어김없이 큰 소리가 나고 다툼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어쩌다 조용한 날이면 썰렁한 집안 분위기가 사람을 냉랭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집에서는 언제나 떠들썩하니 웃음꽃이 그치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가난하고 식구도 많았지만 늘 화기애애한 집안 분위기는 그 동네에 자랑거리였습니다.

하루는 젊은 부부가 옆집의 나이든 할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가르침을 청하였습니다.

“어르신, 어떻게 하면 화목하게 살 수 있는지 비결을 좀 가르쳐 주십시오.”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 손을 저으며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보다 배운 것도 많고 가진 것도 훨씬 많으신 분들인데

저희가 가르쳐 드릴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찾아온 부부가 하도 간절히 요청을 하자 할아버지는 마지못해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비법이란 것은 없습니다. 있다면 우리 집에는 모두 자기 탓을 하는 바보들만 산다는 것이지요.

며칠 전에 일어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지요. 우리 집에는 어린 며늘아기가 하나 있습니다.

아침에 마누라가 솥에 쌀을 안치고 그 며늘아기에게 불을 때라고 이르고는 잠시 텃밭에 볼일을 보러갔지요.

어린 며느리는 별 생각 없이 장난을 치며 불을 때다가 그만 밥을 반이나 태워버렸습니다.

큰일을 낸 어린 며느리는 주저앉아 그냥 울기만 했습니다.

그 때 할머니가 돌아와서 울고 있는 어린 며느리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지요.

‘아가, 무슨 일이냐?’

시어머니께 차마 대답을 못하고 며느리는 솥을 가리키고 훌쩍거리기만 했습니다.

솥뚜껑을 열어보고 밥이 탄 것을 본 할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며느리를 다독거리며 말했지요.

‘늙은 내가 눈이 어두워서 밥물을 잘못 부어 밥이 타고 말았구나.’

그런데 밖에서 들어오던 아들이 이 광경을 보고 어머니와 아내에게 미안해하며 말했습니다.

‘아침에 귀찮아서 물을 조금만 길어 놨더니 이런 일이 생겼네요. 제 잘못입니다.’

조금 후에 이 이야기를 다 전해듣고 제가 말했지요.

‘내 잘못이 크다. 근력이 부족해서 장작을 너무 굵게 패 놨더니 불이 너무 과했구나.’

우리 집은 이렇게 늘 자기 탓만 하는 식구들이 있을 뿐 별 다른 비법은 아무 것도 없답니다.”

 

가정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져야 할 자세가 있습니다.

 첫째는 서로 존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인격을 존중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자녀의 인격도, 아내의 인격도, 남편의 인격도, 부모와 남편의 인격도 존중해야 합니다. 서로 간의 인격을 존중해야 합니다.

각자의 위치도 존중해야 합니다. 가정에는 각자 위치가 있습니다. 이 위치는 가정을 이루는데 있어서 필수적입니다. 그 위치를 존중하여 세워 주어야 합니다. 부모를 존중하고 부모의 위치를 세워 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허물을 보일 때도,  자녀가 부족하더라도 존중해야 합니다. 부부끼리도 서로 인격을 존중하고 위치를 존중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배려하는 사람도 식구끼리는 편하게 생각하여 아무렇게나 대하곤 합니다. 특히 말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짜증날 때 욕설도 쉽게 하게 되어 상대의 자존감을 건드려 싸움이 일어나곤 합니다. 가정에서 서로 존중해야 합니다.  

둘째는 서로 이해해야 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육체적 구조와 특성 자체가 다릅니다. 신체적으로 남자는 강하면서도 충동적인데 비해,  여자는 약하면서도 지속적입니다.  남자는 단순하고 여자는 복잡합니다.  그래서 길을 찾을 때도 남자는 방향 중심으로 찾고 여자는 지형지물을 보고 찾습니다. 대화에서도 남자는 결과를 들으려 하고 여자는 과정을 들으려 합니다.
세대가 다릅니다. 미국 사회학자들이 나누는 일반적인 세대구분이 있습니다.  (1)전쟁(워)세대, (2)다산(부머)세대, (3)엑스(X-써틴)세대, (4)엔(N-넷)세대입니다.  이 세대들이 다 각기 문화와 사고가 다릅니다. 전쟁세대는 영웅적이고, 다산세대는 침묵적이고, 엑스세대는 반항적이고, 엔세대는 개별적입니다. 전쟁세대는 적극적이고 헌신적입니다. 다산세대는 침묵하고 관망합니다. 엑스세대는 비판적이고 부정적입니다. 엔세대는 개성적이고 주관적입니다. 

셋째, 체질이 다릅니다.

조선 후기 한의학자 이제마는 사람의 체질을 사상(四象), 곧 태양(太陽) 태음(太陰) 소양(少陽) 소음(少陰)으로 나누었습니다. 태양인은 가슴이 최고로 발달하고 골반이 최소로 빈약합니다 (폐대간소). 태음인은 가슴이 위축되고 허리와 배가 발달하여 두툼합니다 (간대폐소). 소양인은 가슴이 발달하고 허리가 날씬하고 히프가 날렵합니다 (비대신소). 소음인은 가슴이 빈약하고 허리가 잘룩하고 골반이 발달했습니다 (신대비소). 요즘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데 소음은 아무리 먹어도 살 안찌고 태음은 물만 먹어도 뱃살이 삼겹입니다.

넷째, 성품이 다릅니다.

서양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사람의 기질을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로 나누었습니다. 다혈질은 생동감이 있고 적극성을 띠어서 좋으나 실제적이지 못하고 조직적이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담즙질은 계획성이 있고 의지력이 있어서 좋으나 지나치게 목표 지향적어서 잔인한 면이 있습니다. 우울질은 감수성이 있고 분석적인 면이 있어서 좋으나 지나치게 비관적인 면이 있습니다. 점액질은 실제적이고 성실한 면이 있어서 좋으나 매사에 불평하는 면이 있습니다. 

다섯째, 배경이 다릅니다.

자란 지역과 문화와 풍습과 습관과 교육이 다릅니다. 가정 환경과 경험한 사건 사고가 다릅니다. 부부도 서로 다른 배경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음식이나 습관이나 성품 등이 서로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만일 국 없이 밥을 먹던 가정에서 자란 아내가 무심코 밥상에 국을 놓지 않게 된다면, 남편이 어렸을 때 항상 국을 먹던 가정에서 자랐을 경우 당장 짜증을 낼 것입니다. 아내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불쾌한 반응을 나타낼 것입니다. 또 만일 조용조용하게 말을 하던 어머니와 함께 살던 남성이 결혼한 다음에 아내가 큰 소리로 말을 많이 한다면 짜증을 낼 것입니다. 결단력이 있고 박력있는 아버지와 함께 살던 여성이 결혼해 우유부단하고 명쾌하지 못한 대화를 하는 남편과 함께 산다면 답답해 할 것입니다.

 

화목한 가정은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며 상대방을 감싸주고 배려하는 곳에서 만들어집니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고 또 자기가 잘못을 뒤집어쓰면서까지 남을 위하려고 하는 곳에 화목한 가정이 있습니다. 

요즘 같이 모든 잘못을  ‘네 탓으로 돌리는 세상’에서 내가 먼저 양보하고, 내 잘못으로 돌리면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현장도 아름답게 될 것입니다.

사랑은 한없이 퍼주어도 깊은 산골 옹달샘처럼 마르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각박하고 무섭기도 한 세상에서 우선 가정에서부터  ‘내 탓입니다!’라는 작은 외침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은 '죽은 기()'를 신비하게 살려주는 곳입니다.

식구들끼리 용기 있는 말로 서로 격려해 주십시요.

부모님께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라는 자식들의 말 한마디에 부모의 굽은 허리가 활짝 펴집니다.  

아내의 "여보! 힘내세요!"라는 말 한마디가 남편에게 삶의 의미를 줍니다.

남편의 "여보! 내가 다 알아! " 라는 말 한 마디가 산더미 같은 아내의 피로를 회복시켜 줍니다.

아버지의  "잘한다. 화이팅! 우리 아들!"

어머니의 "좋은 일이 있구나! 우리 이쁜 딸!" 

얼마나 아름다운 말입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을 때 서로의 존재를 높여주며 살아가십시오.

여기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이 있습니다. 평안!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13-

 

- 하늘가는 길, 강릉남대천에서.  산돌의집 장득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