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과 칼럼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가족이 그립습니다

가족사랑 2021. 5. 4. 13:34

 

<오빠 생각>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오빠 생각>을 지은 사람은 최순애(1914~1998)입니다.

방정환 선생이 내던 잡지 <어린이> 1925년 11월호 <동시> 란에 입선자가 되었는데 그때 나이가 12살이었습니다.

최순애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를 쓴 동기를 밝혔습니다. 

"그 당시 나에게는 오빠 한 분이 계셨다. 

딸만 다섯에 아들 하나뿐인 우리 집에서 오빠는 참으로 귀한 존재였다. 

오빠는 동경으로 유학 갔다가 관동대지진 직후 일어난 조선인 학살 사태를 피해 가까스로 돌아 왔다.
그날 이후 일본 순사들이 요시찰 인물로 점찍고 늘 따라 다녔다.

오빠는 고향인 수원에서 소년 운동을 하다가 서울로 옮겨 방정환 선생 밑에서 소년운동과 독립운동에 열심이었다.

집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오질 않았다.
오빠가 집에 올 때면 늘 선물을 사왔다.

 한번은  오빠가  '다음에 올 땐 우리 순애 고운 댕기 사줄께!'라고 말하고 서울로 떠났다.

오빠는 뜸북새, 뻐국새 등 여름새가 울 때 떠나서 기러기와 귀뚜라미가 우는 가을이 와도 돌아오지 않았다.
서울 간 오빠는 소식조차 없었다.

나는 오빠를 과수원 밭둑에서 서울 하늘을 보며 그리며 울다가 돌아온곤 했다.

오빠를 그리며 쓴 글이 <오빠 생각>이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가정의 달에는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자식들은 <부모 생각>이 납니다.

남편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아내는 <남편 생각>이 납니다.

아내를 하늘나라로 먼저 남편은 <아내 생각>이 납니다.

우리 주변에는 뜻하지 않게 자녀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5월, 기정의달에는  <자녀 생각>으로 또 눈시울을 붉어집니다.

그런데요.

이렇게라도 생각이 난다면 어쩌면 그것 또한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은 나 하나 살아가기도 빠듯해 자기 외에는 통 관심 없이 살아갑니다.

부부가 함께 잠자리에 눕는 것도 거추장스럽다고하면서 아예 각방을 쓰는 게 편하다고 <각방 부부>들이 꽤 있습니다.

예전처럼 형이 아우를 키워주거나 돌봐주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동생이 형의 옷을 물려 입는 일은 눈을 씻고 찾아봐야할 정도입니다.

어쩌면  우리 세대가 <오빠 생각>, <동생 생각>을 하는 마지막 새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우리는 지금도 가족이 그립습니다.

아버지의 서글한 눈매와 그 꽉 담은 입술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어머니의 품이 아직도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련합니다.

형의 무릎에는 아직도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누나의 눈가에는 아직도 눈물이 촉촉합니다.

동생을 붙잡은 손은 아직도 놓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가족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내일도 우리는 가족을 생각합니다.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
- 디모데전서 5장8절 -

 

-하늘가는 길, 강릉남대천에서. 산돌의집 장득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