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과 칼럼

당장 주소를 부르라!

가족사랑 2021. 3. 11. 17:23

당장 주소를 부르라!

 

이 글은 L.A에 살고 있는 동생이 보낸 카톡에서 만든 글입니다.

이 글은 '작은 주점'을 하는 분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자녀를 사랑하는 어버이의 모습 또한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가슴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아래는 그 글을 좀 읽기 편하게 옮겼습니다. 

  

일요일은 손님이 가장 없는 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오후1시면 문을 연다.
손님이 오면 고맙고 안 와도 혼자 이것 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3시가 못 되어서 손님이 왔다.
젊은 손님이 왔다. 가게에 처음 오는 청년이다.

외모도 깔끔하고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여서 소주와 안주를 만들어 주었다.

 

"아저씨, 좀 오래 있어도 돼요?"  
"그럼요."
"와이파이도 되지요?"   
"네, 되구 말구요."

청년은 혼자 술을 마시며 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시간은 흘러 어두워졌다.
마신 소주가 4병이 되었다. 청년이 더 달라 해도 허락할 수 없는 문 닫을 시간이다. 

청년은 일어서야 했다. 
나는 계산을 청구하고 그만 일어서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계산하려고 찍어보니 한도초과였다.
청년이 다른 카드를 꺼냈지만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내는 청년에게

 "현금은 없느냐?"고 물었다.

청년은

"네, 아저씨, 현금은 없는데요."

그러면서 청년이 한 마디 툭 던졌다.

"신고하세요."

그는 예의도 바르고 행동도 반듯한 이제 설흔 한 살의 젊은이였다.

그런데 고작 4만원이 없어 신고하라는 그 목소리에 내 가슴 속에서 뭔가가 끓었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조용히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묻는 말에 그는 천천히 대답했다.

그동안 인력 사무실에 나가고 있었는데 요즈음 일이 없다고 했다.
집안에 먹을 것도 없고 가스가 끊어진 집은 추워서 그냥 정처없이 걷다가

우리 가게 안의 불빛이 그렇게 따스해 보여서 그냥 문을 밀고 들어 왔단다.

고향엔 부모님이 있고 농사도 지을 수 있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는 말에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라고 했다.

이렇게 타향에서 설움 받고
온 몸으로 고통 받으면서 살지 말고 '부모님곁으로 가라'고 진심으로 말했다.
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무엇을 하고자 하고,

본인이 찾기만 하면,  지자체의 도움도 많고 

사회 복지의 혜택도 많음을 말해 주었다.

이렇게 타향의 냉혹한 바람 속에서 헤메지 말고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가 함께 살면서 효자가 되어 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천하의 불효자라고 하면서
연락도 안한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다고 했다.
나는 내 아들보다 어린 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부모는 자녀가 옆에 있어만 줘도 효자야!"

"이제 고향으로 가서 부모님의 곁에서 농사를 함께 지으며
땅에 승부를 걸어 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 그는 도시의 풍파를 겪으며 살 수있는 영악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서
이번 명절에는 집에 돌아가서 함께 살겠노라고 말해 보라고 했다.

"부모님이 뭐라고 하실지 들어나 보라"고 강권하자 

그는 마지못한듯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받은 모양이었다.

"예... 저예요... 아버지, 저 집에 가서 살아도 돼요?  예...여긴 일이 없어서..."
"내일은 못 내려 가요..."
"집도 정리하고, 짐도 보내고..."  
"예? 내일요? 아버지....."
그는 폰을 붙들고 통곡을 했다.

나는 물수건을 따뜻하게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그는 얼굴을 닦고 나서 허덕이면서 말했다.
"아버지가 내일 당장 올라 온대요."
트럭을 빌려서 올라와서 짐을 챙기고 같이 정리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 때 전화가 울렸다.
나이 든 여자의 높은 목소리가 들리면서 비명처럼 그의 이름을 부르는 데, 청년의 어머니였다.

"당장 주소를 부르라!" 

어머니는 재촉하고 있었다.

이렇게 재촉하는 어머니와 내일이라도 당장 올라오겠다는 아버지가 있는

그는 그렇게 한 부모의 귀한 아들이었다.

택시를 불러 그를 보내고 불을 끄고 나는 조금 울었다.
어쩌면 술이 깨면 그는 고향으로 안 가겠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부모는 데리러 올 것이다.
그리고 데려갈 것이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전화가 왔다.
청년의 아버지였다.

"다 정리하고 지금 제천으로 내려 갑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아들이 이제 다시는 고향을 떠나지 않고
함께 살겠노라고 했다면서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 나는 너무나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 주면 아들이 신세진 것을 갚겠습니다."

청년의 아버지의 말에 나는 바로 거절했다.
"이 기쁨만으로도 충분하며, 몸과 마음을 많이 다친 아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세요."

"젊은이들이 너무나 살기 힘든 이 시대에 부모의 사랑이라도 없다면 어찌 살겠습니까?"라는

나의 말에 아버지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했다.
이제 아들은 다시는 부모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 둘째가 아버지에게 말하되 아버지여 재산 중에서 내게 돌아올 분깃을 내게 주소서 하는지라

 아버지가 그 살림을 각각 나눠 주었더니  
 그 후 며칠이 안 되어 둘째 아들이 재물을 다 모아 가지고 먼 나라에 가 거기서 허랑방탕하여 그 재산을 낭비하더니  
다 없앤 후 그 나라에 크게 흉년이 들어 그가 비로소 궁핍한지라  
가서 그 나라 백성 중 한 사람에게 붙여 사니 그가 그를 들로 보내어 돼지를 치게 하였는데  
그가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  
이에 스스로 돌이켜 이르되 내 아버지에게는 양식이 풍족한 품꾼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여기서 주려 죽는구나  
 내가 일어나 아버지께 가서 이르기를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나를 품꾼의 하나로 보소서 하리라 하고  
이에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니라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하나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으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이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 하니 그들이 즐거워하더라」

 

-누가복음 15장 12∼24절 -

 

- 하늘가는 길, 하길리 아브라함농장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