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을거야. 사랑해요. 브라이언 앤드슨"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한 남자가 차를 타고 퇴근을 하다 도로가에 서 있는 할머니 한 분을 발견했습니다.
석양이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할머니의 메르세데스 차 앞에 자신의 차를 세우고 다가갔습니다. 

남자의 낡은 차는 여전히 덜컹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얼굴에 친절한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매우 걱정스러워 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아무도 차를 세우지 않았는데 이 사람이 혹시 나를 해치려는 건 아닐까?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남자를 보니 그렇게 넉넉해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배고픈 것 같은데, 어쩐지 좋은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는 할머니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어쩌면 추위 때문에 두려움이 더 커진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가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따뜻한 차 안에 들어가 계시는 게 어떨까요? 아, 제 이름은 브라이언 앤더슨입니다."

그리고 그는 할머니의 차를 살펴보았습니다.

타이어 하나가 펑크나 있을 뿐 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브라이언은 장비를 가지고 차 아래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그는 이내 타이어를 쉽게 교체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더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날이 추운 탓으로 몇 군데 상처가 났습니다.

그가 새 타이어의 나사를 조이고 있을 때, 차 안에 있던 할머니가 차의 창문을 내리고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은 세인트 루이스에 살고 있고, 이 마을을 통과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친절하게 도와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이언 앤더슨은 차 트렁크를 닫으면서 할머니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할머니는 브라이언에게 물었습니다.

"젊은이, 얼마나 사례를 하면 되겠어요?"
할머니는 그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떤 끔찍한 결과를 낳았을지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가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넉넉하게 지불할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돈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은 그에게 너무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 주었기에 나름대로 마음이 뿌듯했고, 자부심도 넘쳤습니다. 

 게다가 과거에 그 역시 수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고, 다른 식의 삶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습니다.

브라이언 앤더슨은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정 갚고 싶다면 다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을 도와주세요."

 "그리고, 저를 생각해주세요."

브라이언은 할머니가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까지 기다려주었습니다.

오늘같이 추운 날, 브라이언에게 할머니의 자동차를 수리한 일은 사실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할머니를 도왔다는 기쁜 마음으로 황혼을 뒤로 하고 기분좋게 집으로 갔습니다.

할머니는 몇 킬로미터 정도 지났을 무렵에 길가에 있는 작은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아직 한기가 남아 있는 몸을 덥히고,  집에 도착하기 전 간단히 요기라도 할 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밖에는 주유기 두 대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내부 역시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는 카페의 모습이 그녀에게 매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할머니의 머리가 젖어있는 것을 본 웨이트리스가 그녀의 테이블로 다가와 깨끗한 수건을 건네주었습니다.
 웨이트리스(waitress)는 하루 종일 서 있었던 탓인지 매우 피곤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고 친절하게 할머니를 접대했습니다.
할머니는 웨이트리스가 족히 임신 8개월은 넘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런데도 그녀가 여전히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렇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걸까?

 

순간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브라이언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정 갚고 싶다면 다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을 도와주세요."

 "그리고, 저를 생각해주세요."

식사를 마치고, 할머니는 100 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웨이트리스가 거스름돈을 가지러 간 사이, 할머니는 식당 밖으로 나갔습니다. 

웨이트리스는 할머니가 어디로 간 걸까? 여기 저기 다녀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웨이트리스는 할머니가 식사를 마친 테이블 위에 무언가 적힌 냅킨 한 장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냅킨에 적힌 글을 읽으면서 그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냅킨에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당신은 내게 빚진 게 하나도 없어요. 나 역시 그 입장에 있었거든요. 

누군가 나를 도와주었고,
나 역시 그대로 당신을 돕는 것뿐이에요.

 만약에 내게 되갚고 싶다면 이렇게 해요. 

이 사랑의 연결 고리가 끝나지 않게만 해줘요."

냅킨 아래에는 100달러짜리 지폐가 네 장 더 있었습니다.
웨이트리스는 여전히 치워야 할 테이블과 채워 넣어야 할 설탕 그릇이 있었습니다.

또 서빙 해야 할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할머니가 냅킨에 남긴 글로 기쁘게 하루 일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면서 할머니의 메모와 그녀가 받은 돈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나와 남편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걸 알았을까?" 

"다음 달이 출산 예정일이라서, 돈이 매우 필요했는데...."

남편 역시 걱정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잠들어 있는 남편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키스하면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여보! 다 괜찮을 거야, 사랑해요! 브라이언 앤드슨.’

그녀의 남편은 바로 그 할머니의 차를 수리해준 브라이언 앤드슨, 그 남자였습니다.

남을 편안하게 해 주고, 남의 처지를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사람을 친절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있고, 상대방을 따뜻하고, 명랑한 얼굴로 대해 주는 사람을 친절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친절한 사람'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진실한 태도로 자신의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성의를 다합니다.

 

친절한 사람에게는 짜증을 낼 수 없습니다.

친절한 말 한마디에 머리끝까지 뻗쳤던 화가 눈 녹듯이 녹아내리기도 합니다.

친절은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는 열쇠입니다.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 힘입니다.

피곤함을 날려버리는 회복제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인자하시고 친절하신 분이었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져 주인이 당황해 할 때 어머니 마리아의 부탁을 거절하지 아니하시고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나인성 과부가 아들을 장사지낼 때 그녀를 불쌍히 여기셔서 그 아들을 살려주신 일은 예수께서 인간의 고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신가를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들판에서 하루 종일 말씀을 듣느라 굶주렸을 때, 떡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저들을 먹이신 사건은 예수께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계셨음을 말해줍니다. 

예수님은 특히 세상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병든 자들이나 가난한 자들이나 천한 자들을 친절하게 대하여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과 친구가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위로자가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 속에 깃들인 하나님의 형상을 일구어 내시면서 그들을 변화시켜 새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천히 여긴 한 사마리아 여인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대하셨습니다.

그녀와 깊은 대화를 나누시므로 그녀의 잠자던 신앙을 일깨우고 그녀가 동네에 뛰어가 전도하게끔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돌로 때려죽이려고 잡아온 간음한 여인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그녀의 죄를 용서하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다시 죄지말라고 타일러서 돌려보내셨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십자가에 달려 극한적인 고통 가운데 계실 때에 자기 옆에 달린 강도가 회개하며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할 때, 그 강도에게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고 친절한 말을 건네 주셨습니다.

낙원을 허락하신 사건은 정말 그리스도의 친절이 어떠한 것인가를 우리에게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취한 태도는 바로 이러한 친절과 자비, 그리고 연민, 긍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자신의 의를 나타내기에 바빴습니다.

당시 종교인들은 상석에 앉는 것을 좋아하고 비교적 좋은 옷을 입고 특별한 존재임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비린내 나는 어부를 제자로 불렀습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세리와 창녀같은 사람들과 식탁을 함께 했습니다.

 

​존귀하신 하나님의 아들이 비천한 이 땅에  <사람의 모습>으로 내려오신 것 자체가 친절을 베푸신 것입니다.

마치 왕이 평복을 입고 지나가다가 배고파하는 어린아이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왕이 낮은 자리에 내려오지 않고서 어떻게 친절을 베풀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떻게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친히 가르쳐주셨습니다.

 

친절한 성품의 사람은 칭찬을 잘 합니다.

항상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면을 찾기에 익숙하고 칭찬해주려 노력합니다.

냉소적이지 않습니다.

좋은 결과는 칭찬해주고 나쁜 결과라 할지라도 낙심하지 않도록 격려합니다.

친절한 말이나 행동은 결코 자신을 낮추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친절로 해서 고마움을 느끼고 또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숙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젊은이 여러분, 이와 같이 여러분도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복종하십시오. 모두가 서로서로 겸손의 옷을 입으십시오. 하나님께서는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베드로전서 5장5절)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또는 '여러분은 이런 태도를 가지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께서 보여주신 태도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빌립보서 2장5-8절) 

 

"성도들이 쓸 것을 공급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힘쓰십시오."(로마서 12장13절)

 

"나그네를 대접하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어떤 이들은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대접하였습니다."(히브리서 13장2절) 

 

"외국 사람이 나그네가 되어 너희의 땅에서 너희와 함께 살 때에, 너희는 그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너희와 함께 사는 그 외국인 나그네를 너희의 본토인처럼 여기고, 그를 너희의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너희도 이집트 땅에 살 때에는, 외국인 나그네 신세였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레위기 19장33-34절) 

 

 

- 하늘가는 길, 강릉남대천에서. 산돌의집 장득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