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 이야기
강아지 똥
권정생
돌이네 흰둥이가 골목길 담 밑 구석 쪽에 똥을 누었습니다.
날아가던 참새 한 마리가 “똥! 똥! 에그, 더러워” 하면서 가 버렸습니다.
강아지 똥은 그만 서러워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강아지 똥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텐데….’
봄비가 내렸습니다.
강아지 똥 앞에 파란 민들레가 싹이 돋아났습니다.
“넌 뭐니?” 강아지 똥이 물었습니다.
“난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야.”
“넌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그건 하나님이 비를 내려 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
“그래, 그렇구나….”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네가 거름이 되어 줘야 한단다.”
“어머나! 그래? 정말 그래?”
강아지 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았습니다.
그때부터 사흘 동안 비가 내렸습니다.
강아지 똥은 온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고,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습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향긋한 꽃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습니다.
강아지 똥과 민들레의 만남은 우연한 만남이었고
처음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무 쓸모없었던 강아지 똥이
민들레를 만나게 되면서 전혀 새로운 존재로 피어났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 요한복음 12장 24절 -